Statin + Fibrate 병용요법의 의미
“이상지질혈증의 치료, 콜레스테롤의 양과 질을 함께 고려해야”

 

▲ 박정현
인제의대 교수
부산백병원 내분비내과


서론
동맥경화증과 이로 인한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및 진행을 예방하기 위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효과는 이제 논쟁의 여지 없이 과학적으로

 명확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Statin 계열 약물을 사용한 혈중 콜레스테롤 강하치료는 일차 예방 및 이차 예방에서 그 효과가 입증이 되었으며, 점점 더 치료의 목표치가 엄격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대규모 연구 결과에서 statin 계열 약물 및 최근 사용이 증가되고 있는 ezetimibe의 병용요법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평균 20% 전후로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20%의 효과도 강력하긴 하지만 콜레스테롤 강하 치료에도 불구하고 아직 80%의 위험이 남아있는 셈인데, 이를 잔존위험(residual risk)이라고 한다.
잔존위험을 더 경감시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재까지 알려진 심뇌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인자 중에서 교정이 가능한 위험인자(modifiable risk factors)에 속하는 고혈압과 당뇨병의 조절, 그리고 체중 감량과 금연 등 다른 위험인자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상지질혈증의 치료 측면에서 혈중 콜레스테롤의 감소 다음으로 추구해야 할 부분은 없는 것일까? 과거에 연구들이 이루어졌고 임상적인 관심을 많이 받았었지만 그 이후 임상진료권고안에서는 제외되었던 lipoprotein(a)의 경우 동맥경화증의 발생과 진행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는 있으나, 실제 임상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연구결과들이 향후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며, lipoprotein(a)를 효율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도 더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기존의 권고안보다 더 많이 감소시키는 보다 엄격한 치료 방법의 의미와 임상적 가치, 약물을 통해 인위적으로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igh-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HDL-C)을 증가시키는 치료 방법들, 그리고 fenofibrate 사용으로 혈중 중성지방을 감소시킴에 따라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ow-density lipoprotein cholesterol, LDL-C)의 형태와 성상을 바꾸어 동맥경화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시키는 치료 방법들에 대해 순서대로 다루어 보기로 하겠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을수록 좋은 것인가?
임상에서 흔히 인용되는 말 중 “The lower the better”라는 말이 있다. 이는 혈중 LDL-C 수치가 낮을수록 동맥경화증의 예후에 좋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LDL-C는 마냥 해로운 물질이 아닌, 신체의 모든 세포에 콜레스테롤을 공급해 주기 위한 운반체라는 것이다. LDL-C를 통해 공급된 콜레스테롤은 다양한 생물학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막을 보수 및 유지하며, 내분비 기능을 가지고 있는 세포에서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생합성의 원료로 활용된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당류코르티코이드, 염류코르티코이드, 성선과 부신에서 생성되는 성호르몬들을 통칭하는데, 이 호르몬들은 신체 수분 및 전해질 항상성의 유지, 에너지 대사의 전반적인 관리, 심각한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 복잡한 생식기능 등을 관장한다.
LDL-C를 심하게 감소시켰을 때 장기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일어나는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호르몬 분비에 대한 소수의 연구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연구는 대부분 LDL-C 수치 범위가 70~100 mg/dL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자극검사를 통한 역동적 호르몬 분비를 조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호르몬이 많이 필요한 상황, 특히 LDL-C가 70 mg/dL 미만인 경우 등에서 역동적인 호르몬 분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들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특히 스테로이드 호르몬 중에서 당류코르티코이드는 극심한 스트레스 또는 질병을 동반한 상태에서 많이 증가되어 스트레스와 개체가 맞서 싸우는 것을 도와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혈중 LDL-C가 너무 낮은 경우 이러한 스트레스 대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역시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혈중 LDL-C가 너무 떨어지게 되면 체내 세포, 특히 부신을 포함한 내분비 세포는 콜레스테롤을 HDL-C에서 취하는 것으로 대사 과정이 변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LDL-C와 HDL-C가 함께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것은 LDL-C 감소를 통한 항동맥경화 효과를 반감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다.
지금까지의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이러한 연구들의 경우 이상반응 및 모니터링은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지며, 약물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의 경우 연구 디자인에 그 척도가 들어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들 연구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으로 앞서 언급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모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치료는 기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평생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향후 이 부분들에 대한 보다 많은 연구들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의 임상진료지침들에서는 경험적으로 혈중 LDL-C가 40 mg/dL 이하로 감소되는 경우 약물의 용량을 감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동맥경화증 발생 및 진행의 잔존위험을 더 경감시키기 위해 LDL-C를 현재 사용되는 권고안의 목표치보다 더 낮게 감소시킬 경우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은 반면, 장기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권고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선택적 HDL-C 증가 약물
혈중 LDL-C 이외에 HDL-C는 조직으로부터 간으로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주는 소위 콜레스테롤 역수송 기전(reverse cholesterol transport)을 통해 항동맥경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HDL-C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은 없었다. 니코틴산(nicotinic acid, niacin)의 경우 HDL-C는 증가시키지만 오히려 뇌혈관질환을 포함한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고, 지단백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인 CETP(cholesterol ester transport protein)를 억제하여 HDL-C를 증가시키는 약물의 경우, HDL-C는 증가하지만 항동맥경화 효과는 나타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염류코르티코이드 효과 때문에 오히려 부작용들이 많이 나타나 개발이 시도되었던 대부분의 약물들에 대한 연구가 중단된 상태이다. HDL-C은 혈액 내에서 여러 아형(subtype)으로 존재하며 이들 아형에 따라 동맥경화증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인위적으로 HDL-C를 증가시킬 경우 지단백이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들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LDL-C의 아형과 동맥경화증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증의 발생과 진행에 긴밀하게 관여하는 매우 중요하고 위험한 물질이다. 콜레스테롤은 혈액 내에서 운반되기 위해 친수성과 소수성 특성을 모두 가지는 단백질과 결합된 지단백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지단백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인지질 및 다양한 기능을 가진 단백질들이 결합되어 구성 물질들의 비율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동맥경화증의 직접적인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는 LDL-C는 중성지방의 함량에 따라 크고 가벼운(large buoyant, lb) LDL-C와 작고 단단한(small dense, sd) LDL-C로 나뉘며, LDL-C가 동맥경화증의 발생 및 진행에 관여하는 정도는 이러한 물리적인 특성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진다. lbLDL-C는 대식세포에 의해 거의 탐식이 되지 않아 동맥경화증과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sdLDL-C는 조직 침투성이 높고, 물리적인 하전(electrical charge density)의 성상이 달라져 혈관 조직의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과의 결합이 매우 단단하여 오랫동안 그 자리에 존재하며, 산화 및 당화 등의 변성에 매우 취약하고, 이로 인해 대식세포에 탐식이 매우 잘 되어 동맥경화증의 진행을 가속화 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혈중 LDL-C만 가지고 동맥경화증의 위험을 예측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며, 동일한 LDL-C 수치가 동일한 위험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고중성지방혈증과 Fenofibrate
혈중 중성지방이 증가하면 LDL-C는 sdLDL-C로 변화하고 HDL-C은 혈중 농도가 점점 낮아지게 되어 동맥경화증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현재 대부분의 임상진료지침에서는 혈중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먼저 statin을 사용하고, statin 사용에도 중성지방이 목표치까지 감소되지 않는 경우 fibrate를 추가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Statin은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가장 강력한 약제로 알려져 있으나, 저자가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statin 투여는 혈중 HDL-C를 오히려 감소시켰다. 따라서 statin을 투여하는 경우 LDL-C를 감소시켜 동맥경화증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 이외의 추가적인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아울러 statin을 투여하는 경우 혈액 내 sdLDL-C가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지 않는 lbLDL-C로 변화되지는 않는다. 반면 fibrate를 사용하는 경우는 statin을 투여하는 것 보다 더 강력한 중성지방 강하효과가 있으면서 HDL-C를 증가시키고, sdLDL-C가 동맥경화증을 잘 악화시키지 않는 lbLDL-C로 잘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중성지방 강하제는 fenofibrate이다. Fenofibrate는 과거 FIELD, ACCORD LIPID 연구 등을 통해 임상적으로 명확한 이점들이 있음이 증명된 바 있는데, 특히 사후분석(post-hoc analysis)들을 통해 중성지방이 높고 HDL-C가 감소되어 있는 소위 동맥경화성 이상지질혈증(atherogenic dyslipidemia)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연구들에서 fenofibrate의 투여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이득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statin과의 병용요법에서 초창기에 사용되던 fibrate와 비교해서 fenofibrate는 횡문근융해증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거의 없고, 신기능을 보전해 주는 안전한 약제로 알려져 있다.


맺음말
Statin은 동맥경화증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약제이다. 하지만 statin을 사용한 최선의 치료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은 동맥경화증에 의한 혈관질환들의 발생을 약 20% 정도 감소시키는 것이다. Statin 치료 이후에도 남아있는 80%의 잔존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교정이 가능한 다른 위험인자들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다. 혈중 중성지방이 높고 HDL-C가 낮은 경우 fenofibrate를 추가하는 것은 단순히 중성지방 수치를 낮출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증 위험이 높은 sdLDL-C에서 위험이 낮은 lbLDL-C로 변화시키고, 항동맥경화 특성을 강하게 지닌 HDL-C을 효율적으로 증가시키므로 잔존위험의 추가적인 경감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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