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전문가 연세의대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

연세의대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국내 전립선암 귄위자로 평가받는 연세의대 나군호 교수. 젊은 시절 복강경 수술을 배우려고 미국 연수를 갔다 우연히 접한 로봇수술로 현재 그는 로봇인생을 살고 있다.

순간 "이거다"라고 판단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로봇수술을 파고들었고, 덕분에 전립선암 로봇수술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쯤 되면 로봇수술 전도사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데, 전립선암 전도사로 불러달란다.

그를 만나 최근에 불거진 전립선암 선별검사 이슈와 로봇수술 성과 그리고 기타 비뇨기과계 주요 이슈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줄지도 늘지도 않는 전립선암 환자

최근 국립암센터가 낸 통계 현황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남성에서 전립선암은 폐암(14.8%), 대장암(14.3%), 간암(10.7%)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비율로는 8.7%에 이른다. 남성에만 발생하는 암 중에서는 1위기도 하다.

다행히 최근 전립선암 증가세가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전립선암 치료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처음 보고하는 것 같지만 최근 3년간은 전립선암이 더 늘어나지도 감소하지도 않는 상태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몇 가지 가설이 있는데 개인적인으로는 스크리닝(선별검사)이 보편화가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암이 계속 발생하는데 전립선 특이 항원, 즉 PSA 라는 검진이 최근 보편화되면서 한꺼번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최근에는 더 이상 늘지 않고 계속 연간 발생률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할 사람은 다 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PSA 검사가 국민건강보험 검사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부분 직장검진이거나, 자발적 권고에 의해 발견된 것인데 전립선암에 대한 높은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생애전환기검진에 전 국민이 한 번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년 하는 건 돈이 드니까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부 또한 생애전환기검진에 넣어주지는 못해도 옵션으로 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면 많은 국민들이 암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USPSTF 전립선암 선별검사 찬성에 변화 예고

그런 면에서 얼마 전 미국서비스예방테스크포스(USPSTF)가 PSA 선별검사를 반대(D 등급)에서 찬성(C 등급)으로 바꾼 것도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생존율 개선에 기대가 크다는 입장이다.

"(생존율이)거의 비슷해지고 있으나 아직 미국에 비해서 조금 낮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크리닝이 어떤 형태로든 필요합니다. 미국이 스크리닝을 하지 못하게 했던 것은 무분별한 치료를 막기 위한 조치였고, 어찌됐든 결국 선별검사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여러 가지 잇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런 조치가 우리나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대목으로는 악성암의 발견을 꼽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전립선암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서양과 달리 공격적인 암을 가진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을 잘 찾아내는 툴로서 유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대한비뇨기종양학회도 일년에 한번 PSA 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보다 현실적으로는 생애전환기에 한번 하고 이후 10년에 한 번씩 하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전립선암 복잡하기 때문에 로봇수술에 특화

사실 그에게서 로봇수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국내 전립선암 로봇수술 권위자다. 그의 명성으로 최근 국산 로봇수술의 임상까지 맡았다.

재미있는 건 복강경 수술을 배우려고 간 미국연수에서 로봇수술을 접했고, 그 길로 바로 로봇과 한 몸이 된 이색 이력이다. 심장수술을 위해 개발된 로봇수술이 전립선암에 특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많은 해외 석학들의 호기심이 바탕이 됐다.

그의 미국 연수시절 이야기만 들어봐도 당시 로봇수술의 실체는 사기가 다름없었다. 수술 시간도 18~48시간이 걸렸고, 효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당시 참여한 모든 외국 교수도 사기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정밀함에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고, 작은 조직에 특화된 수술에 맞아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접한 로봇수술은 우리나라에 2005년에 들어왔고 나 교수가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전립선을 수술하려면 복잡한 신경과 혈관 그리고 다른 장기를 지나기 때문에 출혈 위험도 컸습니다. 결국 로봇수술은 인간의 손을 소형 및 정밀화해서 종양을 떼어낼 수 있고 꿰맬 수도 있게 만든겁니다.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장기를 다룰 때 이득이 있는 것을 알아낸 것이죠"

이런 노력의 결실로 현재 세브란스 병원은 전립선암 로봇수술 메카가 된지 오래다. 수술 집도 건수만도 벌써 5000례를 넘겼다. 데이터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교수가 공개한 중간 평가 결과를 보면, 5년 생존율은 15% 정도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또 요실금 치료 효과도 2~3개월 빠르다. 그러나 발기력에서는 아직까지 큰 차이가 없다. 나 교수는 은퇴한 미군들 치료해보면 발기력이 확실히 좋은 것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인종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그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논문을 내고 있다. 메타분석을 통해 요실금과 발기부전에서 뚜렷한 이득이 있는 것을 입증했고, 암재발률 또한 현격하게 적다는 보고서도 만들어냈다.

이런 전문성으로 최근에는 국산로봇 임상도 마쳤다.

"(국산로봇에 대해)솔직히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임상실험을 디자인할 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동일한 기계를 두 대를 세워놓았고, 마지막으로 다빈치까지 대기했어요. 이렇게 하는게 환자들과 임상 계약조건이었는데 한번도 고장이 난 적이 없어서 놀랐습니다. 사실 다빈치 초창기때 고장이 잦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발전입니다"

국산의료기기의 성공적인 임상은 상용화에 무리가 없다는 일종의 증명서다. 그는 현대차와 벤츠의 차가 도로를 달리는데 문제가 없는 것 처럼 임상에서 적용은 시간문제라고 평가하면서 다만 기술적인 보완은 필요하고, 시간이 지나면 좁혀질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연세의대 나군호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급여 및 수가 이슈에 대한 생각

이처럼 로봇수술은 전립선암에 자리잡았지만 비뇨기 관련 학회에서는 로봇수술의 급여화를 절처히 반대하고 있다. 나 교수 또한 그 중심에 섰던 사람이다. 당장의 반대 이유는 부족한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로봇이라는 현금이 들어오는 프로시저를 급여화할 수 없다는 것.

"충분한 시장가격을 받을 수 있었으면 왜 반대를 하겠습니까. 선별급여 50:50만 가도 좋죠. 그러나 이제 정부가 과연 그렇게 해줄지는 미지수라고 봅니다. 손실 보전만 된다면 큰 틀에서 볼 때 급여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로봇수술의 급여문제는 비용로 귀결되는데 국산의료기기 상용화(허가)를 계기로 비용보전은 당분간 뜨거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 비뇨기과 전공의 수급 문제도 관심이 많다. 여기서 해법은 잘 가르쳐야 하는 것으로 꼽았다. 4년 동안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는 하부조직의 소모품 같은 인력이 아니라 몇 년 후에 동료가 되고 어디에선가 한국의료를 계속 끌고 나갈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 그런면에서 반성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다행히 이러한 부분은 최근 외국인 펠로우 교육을 하면서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3년 동안 '사우디 펠로우 국가 G2G 사업'(사우디 의사 연수 프로그램)을 하면서 그들한테 떳떳하게 세계 어디에 나가도 이만큼 못 배운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가서도 후배들한테 추천하고, 심지어는 다른 병원에 나가 있는 펠로우가 우리 병원에 오는 것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교육 커리큘럼과 함께 전공의 숫자를 산아제한하듯 50명으로 줄인 것이 서서히 빛을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분석해 보면 인구 100만명당 1년차 1명 정도가 맞는 것 같아요. 우리 인구가 5000만명이니까 50명 정도가 적당했데, 그동안 100명을 뽑고 있었거든요. 미국은 3억이니까 300명이 맞는데 230명을 계속 뽑기 때문에 지금도 엄청나게 수요가 있는 겁니다"

앞으로 나 교수의 원대한 꿈은 비교기과의 성대한 부활이다. 어쩌면 지금 매진하고 있는 전립선암 극복과 로봇수술에 매진하는 것도 결국 비뇨기과를 위해서다

"미국에서 비뇨기과는 전공의들의 방향은 1년차때 이미 다 결정이 돼요. 프로야구선수 연봉협상하듯이 선배들이 데려가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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