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미만 5명 중 1명 뇌졸중 환자, "꾸준히 증가 추세…앞으로 더 늘어날 것"

3대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는 '뇌졸중'이 젊은 성인을 위협하고 있다.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1~2015년 건강보험 적용대상자 중 뇌졸중으로 요양기관을 이용한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5명 중 1명은 사회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60세 미만의 성인으로 나타났다.뇌졸중이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만큼 60세 이상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약 20%가 60세 미만인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게다가 젊은 뇌졸중 환자가 꾸준히 증가 추세이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젊은 성인도 더는 뇌졸중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진단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젊은 뇌졸중' 환자 증가 추세

젊은 뇌졸중 환자는 학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젊은 연령인 15세 이상 45세 이하에서 발생한 뇌졸중을 '청년기 뇌졸중'이라 부르며, 학계는 청년기 뇌졸중 유병률 및 발병 원인 등을 분석하고 관리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한양의대 김현영 교수(한양대병원 신경과)는 "국내 40곳 이상 종합병원의 뇌졸중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청년기 뇌졸중 환자 중 허혈성 뇌졸중 환자가 약 6%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2~3% 정도였는데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며 "실제 임상에서 만나는 청년기 뇌졸중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 출혈성 뇌졸중 환자까지 고려하면 약 10%가 45세 이하인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신시내티 의대 연구팀이 1993~1994년과 1999~2005년의 뇌졸중 진료 현황을 비교한 결과, 뇌졸중 발병 나이는 71.2세에서 69.2세로 3세 더 어려졌다. 젊은 뇌졸중 환자가 늘어나면서 평균 나이가 어려졌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이에 더해 뇌졸중 유병률도 증가 추세였다. 55세 미만의 뇌졸중 환자 비율은 1993~1994년 12.9%에서 약 10년 후인 2005년에는 18.6%로 6%가량 늘어난 것(Neurology 2012;79(17):1781-1787).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최근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급성 허혈성 뇌졸중으로 입원한 18~54세 환자는 2003년보다 2012년에 3만 명 이상 늘었고, 특히 18~44세 남성 환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JAMA Neurology 4월 10일자 온라인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Mary G. George 박사는 "젊은 뇌졸중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젊은 성인은 뇌졸중 위험요인을 관리하고 뇌졸중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50세 이하의 젊은 뇌졸중 환자일수록 일반인보다 장기간 사망 위험이 높다고 밝혀지면서(JAMA 2013;309(11):1136-1144), 젊은 뇌졸중의 위험을 경고하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흡연·알코올이 주원인 "고혈압 등 성인질환이 원인인 고령과 달라"

그렇다면 젊은 성인에서 뇌졸중 위험신호가 켜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젊은 성인의 식생활과 생활방식이 서구화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환자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주지만, 흡연 및 알코올 섭취 등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 뇌졸중 유병률을 높이는 가장 주요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즉 고령에서는 고혈압 등 성인질환이 뇌졸중 발병의 주원인이지만 젊은 성인에서는 고령과 달리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큰 원인이라는 것. 아울러 이전에 발견되지 않은 젊은 뇌졸중 환자가 진단 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확인돼 갑자기 늘어난 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청년기 뇌졸중 발병 원인을 분석했을 때 흡연과 알코올이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사회적 스트레스가 젊은 연령에서 높아지고 있다. 가장 활동적으로 일할 나이에 사회적 또는 직장 내 스트레스로 금연 및 금주가 어려워지면서 흡연과 알코올이 청년기 뇌졸중을 발병하는 주된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흡연할 경우 혈관이 수축되고 혈관 내 혈소판이 응집하는 현상이 발생하며 혈전이 잘 생긴다. 게다가 혈액 점도도 높아지면서 혈관이 막혀 뇌졸중이 발병하게 된다. 심혈관질환의 원인인 알코올도 흡연처럼 혈관에 영향을 미치면서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인다.

국내에서는 젊은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 흡연 및 알코올과 뇌졸중 발병의 상관관계 입증됐다.

2008~2010년 전국 9곳 의료기관에 입원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뇌졸중 발병 원인을 분석한 결과 청년기 뇌졸중 환자 중 45.1%가 흡연 때문에 질환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뇌졸중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고혈압은 28.5%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46~64세 남성 중 37%가 흡연으로 인해 뇌졸중이 발병했다. 단 여성은 흡연자가 적어 흡연과 뇌졸중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Journal of Stroke 2015;17(3):302-311).

아울러 가천의대 이근 교수팀(길병원 응급의학과)이 29곳 응급실에 방문한 허혈성 뇌졸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청년기 뇌졸중 환자의 흡연율은 46세 이상 뇌졸중 환자보다 17%가량 높았다(57% vs 40.1%). 뿐만 아니라 알코올 섭취는 45세 이하에서 53.1%, 46세 이상에서 29.7%로 약 2배 차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은 젊은 성인보다 고령에서 더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Korean Med Sci 2014;29:985-991).

이 교수는 논문을 통해 "역학분석 결과 청년기 뇌졸중은 고령에서의 뇌졸중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응급실에 방문한 청년기 뇌졸중 환자는 고령보다 흡연율이 높았고 알코올을 많이 마셨다"면서 "향후 청년기 뇌졸중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뇌졸중 위험요인과 예후간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명 긴 젊은 뇌졸중 환자…생활습관 교정해 뇌졸중 예방해야"

전문가들은 젊은 성인은 뇌졸중이 발병하기 전 미리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앞으로 살아갈 여명이 길고, 청년기 뇌졸중 발병 시 사회적 부담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평생 뇌졸중 후유장애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

김 교수는 "청년기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하다. 과음을 피하고 금연해야 하며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면서 "또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 다른 성인질환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뇌졸중 치료 후 겪게 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기 뇌졸중 환자는 치료 후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많이 겪는다. 이 경우 가족이 도와주면서 힘을 주고 안심시켜 재활치료를 도와야 한다"면서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재활치료를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부족하다. 가족이 뇌졸중 환자를 온전히 부양하기엔 부담이 있기에, 재활치료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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