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적정성 평가결과, 협진 반영 못하는 평가 기준...'기관별 평가' 방식 한계

가톨릭 성바오로병원이 폐암 적정성 평가에서 또 다시 5등급을 받았다. 1·2차 평가에 이어 3번째다.

국내 대표 의과대학의 부속병원이자, 대형 의료네트워크 브런치 병원이 적정성 평가에서 '연이어' 낙제점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

방사선 치료 협진 등의 영향으로, 적정성 평가가 병원간 협진·자원 공유 활성화 등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목 신설 대신 협진, 인력·과정 평가서 줄줄이 '펑크'

▲성바오로병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4일 폐암 3차 적정성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평가에서는 등급 공개 대상 89곳 가운데 무려 80곳이 1등급을 획득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톨릭 성바오로병원은 수도권 종합병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최하 등급은 5등급을 받았다. 성바오로병원은 지난 1·2차 평가에서도 5등급으로 평가된 바 있다. 

병원이 폐암 평가에서 연이어 5등급을 받은 이유는 뭘까? 

심평원은 병원이 '전문인력 구성 여부'와 '방사선치료 영역'에서 점수를 받지 못하거나,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폐암 적정성 평가에서는 치료대응력을 평가하는 잣대로서 통합진료 실시 여부, 즉 병원 내 암 다학제위원회 구성 여부를 주요 평가지표로 삼고 있다. 해당 평가지표의 가중치는 100점 만점에 21점. 

병원 내에 호흡기내과·혈액종양내과·흉부외과·병리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핵의학과 등 7개과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면 점수를 인정, 아니면 불인정하는 방식이다. 

또 진료과정의 적정성을 보는 지표로서 '방사선 치료 영역'도 평가한다. 해당 영역에는 방사선 치료 기록율과 화학방사선요법 시행률 등 총 4항목에 16점이 배정되어 있다.

성바오로병원은 이들 항목에서 제대로 점수를 받지 못했다. 병원 내 방사선종양학과를 별도로 두지 않아 해당 인력은 물론 치료실적이 없었던 탓이다. 

"의료자원 활용도 제고...평가가 못 따라와"

그렇다고 성바오로 병원을 이용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느냐면, 그렇지는 않다. 

병원은 같은 CMC 계열인 서울성모병원과의 협진을 통해 타 전문과와의 다학제 진료는 물론,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서울성모에 환자를 의뢰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동이 어려운 환자에 대해서는 구급차 서비스도 실시한다. 

성바오로병원 관계자는 "원내 다학제위원회 구성이 불가능하고, 외부 파견은 인정해주지 않는 상태라 관련 점수는 0점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서울성모와의 긴밀한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환자에게 5등급의 진료가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단순한 협진을 떠나 최근에는 의료자원 활용의 효율화 측면에서 협력 병원간 시설과 인력, 장비 교류도 활성화되는 추세"라며 "특히 CMC의 경우 특정 병원에 장비나 인력이 부족하더라도 의료원 내 긴밀한 협조와 원활한 협력을 통해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계열 병원간 협진 강화, 역할 세분화를 꾀했다 적정성 평가에서 날벼락을 맞았던 사례는 또 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위암 적정성 평가에서 43개 상급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등급 제외 판정을 받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분원인 칠곡 경북대병원이 암 전문병원으로 문을 연 뒤 병원간 환자 의뢰를 강화했다가 항암화학요법 등 보조요법 지표 요건을 충복하지 못해 종합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것.

병원은 궤도를 재수정, 올해 2차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기관별' 평가방식 한계..."평가항목 개선 지속 고민"

심평원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현행 기관별 평가방식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기관별'로 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이다보니, 한계가 있다"며 "지난 1차 평가 이후 타 병원 의뢰나 협진 건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를 반영해 병원 의뢰 건에 대해 당초 0점 처리하던 것을, 소정의 기본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 변경했으나 (성바오로병원은) 종합점수가 여전히 낮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적정성 평가 등급 공개가 병원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보다 신중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며 "병원계의 의견을 청취, 평가항목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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