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내과 허대석 교수 ... "이제 의료집착에서 벗어나자"

▲ 서울대병원 내과 허대석 교수

"임종 1달 전에 항암제를 투약받는 말기 암 환자 수가 30%를 상회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 수도 많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의료집착을 보이는 나라다. 적당한 선에서 품위 있고 편안한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제 의료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

7일 열린 대한보건협회 6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한 허 교수는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서울대병원 내과)의 지적이다. 

허 교수는 "2014년 자료에 따르면 26만여명이 사망하는데, 이중 18만명 정도가 병원에서 사망한다. OECD 평균에 비해 병상 사망이 2배 이상이다. 특히 암 환자는 89%가 병원에서 사망한다"며 "사망하기 불과 1달 전에도 고가의 항암제를 투여받는 환자가 30% 이상이다. 무의미한 항암제 투여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사망 전 1개월 전에는 항암제가 도움이 안 됨에도 우리나라는 30% 정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10% 정도"라며 "말기 암환자에게 항암제는 많이 사용하면서, 진통제는 영국이나 미국보다는 10분의 1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 병원이 고가약이나 검사 등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람직한 임종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생의 마지막 2~3개월은 평생 살면서 형성된 상처를 치유하는 귀한 시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환자가 연명의료를 받으며 고통스럽게 임종하고 있어 호스피스완화 의료의 활성화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허 교수는 "국민 57.2%가 가정에서 임종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 사망 장소는 74.9%가 의료기관"이라며 "영국은 병원에서 임종이 50% 이하이고 대부분 집이나 호스피스에서, 미국은 환자가 평소 있던 곳에서 생을 마감한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령화 사회에서 간병과 임종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게 허 교수의 주장이다. 

저수가 정책에 기반한 양적팽창보다는 의료서비스의 질적향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검사와 투약중심으로 이뤄진 의료자원을 환자 돌봄에도 반영해야 한다"며 "환자가 가정에서도 돌봄을 받을 수 있게 왕진제도, 가정방문간호, 가정호스피스 등에 간강보험 지원이 필요하다. 또 첨단 의료기술을 중심으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집중되는 의료전달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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