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상 "현안 해결 없인 현재보다 못할 것"

일선 진료 현장에서 환자 치료와 의학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약분업, 건강보험재정위기 등 산적한 의료계 현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10년 뒤의 국내 의료계도 지금과 다를바가 없거나 더 비관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의사들은 국내 의료계의 앞날이 전망할 수 없을 정도로 암담할 것으로 보고있어 제도 개선과 획기적인 특단의 조치를 통한 국면전환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증하듯 대다수 의사들은 이번 대선에서 야당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차기정권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의료제도로 의약분업을 꼽기도 했다.

이는 본지가 실시한 "전국 의사 100인 설문조사" 결과에서 따른 것으로 10년 후 우리 나라 의료계의 전망은 어떠할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1%가 현재보다 어두울 것이라고했으며, 35%가 현재와 별로 다를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응답자의 12%는 전망할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하다고 응답해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이 의료계의 미래를 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보다 훨씬 밝을 것이라는 응답은 12%였다.


이는 의약분업 후 불거진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으로 의료 정책을 조율하고 의료계 발전을 모색하는 대화 창구 부족, 일관성 없는 정부의 의료정책, 건강보험 재정위기와 국민에 매도 당하는 의료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의료인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의료정책은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사들의 속내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차기정권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의료제도로는 43%의 의사들이 의약분업이라고 응답했으며, 26%가 건강보험수가를 해결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또 최근 정부와 의료계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시장개방 대응이라는 응답자도 10%였으며,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 철폐 9%, 민간건강보험제도 도입 5%, 의료일원화 4% 순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연말 대선을 통해 출범하는 차기정권은 의약분업 문제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하지 않는 한 의정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분업과 관련,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 방안 중 54%의 의사들이 선택분업을, 25%의 응답자가 보완 수정이라고 답해, 차기정권은 의료인들이 우선적으로 개선을 원하는 의약분업과 관련 선택분업이나 보완 수정이라는 의료계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약분업 폐지를 원하는 의사는 14%였으며,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는 4%였다.

응답자들이 차기정권에서 개선돼야 할 두번째 의료정책 과제로 선택한 건강보험수가와관련, 양질의 적정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험수가가 어떻게 조정돼야 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97%가 현재보다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현 보험수가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46%가 현 보험수가를 51% 이상 인상해야 양질의 적정 의료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21~40%가량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25%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현재수준을 유지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은 3%였다.

진료환경과 양질의 진료, 병·의원 경영 등과 관련한 조사에서 대다수 의사들은 개원의가 하루 평균 31~50명의 환자를 진료했을 때(응답자의 44%) 양질의 적정 진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30명이하의 환자를 진료했을 때라는 답이 22%, 51명~70명이 17%, 71명~90명이 10% 순이였다.

이어 병·의원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냐는질문에 조사 대상의 66%가 병·의원 관련 의료제도 개선을, 22%가 세재 혜택 등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함으로써 현재 경영난과 의료인력 수급, 진료환경 개선 등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한 의료기관들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이 최우선 과제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

경영난 타계를 위해 의사의 경영마인드를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은 10%였다.

한편 본지가 지난 4월 전국 대의원 22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의협 신상진 회장의 회무 수행 평가에서 응답 대의원들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던 것과 같이 이번 설문에서도 신회장의 회무 수행 능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0%가 61~70점 사이, 18%가 60점 이하라고 답해 설문에 참가한 의사들의 과반수 이상이 신회장의 회무 수행 능력에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번 조사에서 61~70점 사이라고 응답한 대의원은 34.5%, 60점 이하는 15.5%로 2달후 실시한 조사에서 신회장의 회무 수행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응답이 각각 5.5%, 2.5%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번 조사 결과 71~80점사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23%, 81~90점사이는 13%, 91점 이상은 1%였으며, 점수를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의견이 6%, 무응답이 2%였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의료계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의료정보화와 인터넷의료정보 사용 등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인터넷을 통한 의료정보 제공이 광고라고 평가했으며,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24%, 잘 모르겠다는 18%로 조사됐다.

또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의료정보가 국민 건강과 의료계 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국민건강과 의료계 발전 모두에 기여한다 41%, 국민건강과 의료계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 39%로 인터넷을 통한 의료정보 활용에 대한 의사들의 입장은 크게둘로 나눠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에 기여한다가 5%, 의료계발전에만 기여한다가 4%,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9%였다.

올 연말 치뤄지는 대선과 관련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를 선택한 응답자는 20%였다.

이는 의약분업 재검토 등 현 정부와 다른 의료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의료인들의 높은 선호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대선과 관련한 전체 의료계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이외에 아직결정하지 못했다가 18%, 투표하지 않겠다가 2%였다.

조사 대상 220명의 절반 이상인 112명이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지난 4월 본지의 전국 대의원 설문 결과와 이번 조사를 비교해 볼 때 경선을 통해 각 정당의 후보가 확정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특정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흐름이 형성된것으로 평가된다.

또 지난 4월 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는 108명의 응답자 중 야당의 지지도는 80.6%, 여당은 16.7%였으며, 이회창 후보 지지를 표시한 응답자는 가장 많은 63명, 노무현 후보는 14명의 지지를 받았다.

지난 4월과 이번 설문 결과에서 보듯 야당과 이회창 후보에 대한 의사들의 지지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의약분업, 보험수가, 보험재정 위기 등으로 인한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이 현 정권의 연장선에 있는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에게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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